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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 리뷰 - 공항에 갇힌 남자가 알려준 것들

용아저씨525 2026. 9. 16. 11:50
목차

    기본 정보

    • 원제: The Terminal
    • 개봉: 2004년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주연: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 장르: 드라마, 코미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순간,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과 비자가 모두 무효가 되어버린 남자. 입국도, 귀국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결국 공항 터미널 안에서 몇 달을 살아가게 됩니다. 실제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18년간 머물렀던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본 소감

    주말에 아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공항에 갇힌 아저씨 이야기"라는 설명에 아이가 시큰둥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몰입해서 봤습니다. 특히 주인공 빅터가 공항 안에서 돈을 벌기 위해 카트를 모으고, 사람들을 도와가며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아들이 "저 아저씨 진짜 똑똑하다. 재밌겠다! "라며 눈을 반짝이더군요.

    영화 중반, 빅터가 고향에서 가져온 커피 캔 하나를 소중하게 품고 다니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영화 후반에야 밝혀지는데, 아들에게 "저게 뭘까?"라고 물었더니 "아빠한테 받은 거 아닐까?"라고 답하더군요. 정답에 가까운 추측이었어요.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즈 뮤지션들의 사인이 담긴 캔이었으니까요. 아들이 그 대답을 하는 순간, 저 역시 아버지로서 제가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잠깐 생각하게 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들이 던진 질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근데 저 아저씨는 왜 화 안 내? 나 같으면 완전 짜증 났을 것 같은데." 맞는 말입니다. 몇 달째 집에도 못 가고 공항에서 먹고 자야 하는 상황인데도 빅터는 끝까지 예의를 잃지 않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듭니다. 아이에게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사람이 꼭 힘들게 굴어야 하는 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저 스스로도 회사에서 짜증 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아버지로서 느낀 점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기다림'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빅터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주어진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공항 직원들과 관계를 쌓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심지어 사랑까지 하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저 역시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앞에서 무기력해질 때가 많은데, 빅터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태도가 얼마나 어른스러운 것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또 하나, 아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며 '기다려주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줘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빅터가 낯선 땅에서 낯선 규칙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자신도 아이를 좀 더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다만 이 영화가 모두에게 완벽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필버그 특유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연출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현실의 냉혹함을 다소 미화한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실제로 공항에 갇혀 살아야 했던 실존 인물의 삶은 영화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관료주의와 국제법의 빈틈 사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을, 영화는 유쾌한 해프닝처럼 그려내는데, 이 지점에서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로맨스 라인 역시 개인적으로는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져 몰입을 방해하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본다면 공항 구조나 관료제 관련 배경 설명을 미리 해주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이유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고, 러닝타임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해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기다림', '성실함', '배려'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화면 속 공항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아이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오랜만에 마음에 남는 가족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