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영화를 틀기 전까지 아들에게 뭘 보여줘야 할지 몰랐습니다. 항상 고민합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본 건전한 우주 액션물이라 생각이 나서 함께 보기로 했습니다만, 막상 함께 보고 나니 제가 그동안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의 이야기, 영화 〈마션〉은 생존 그 자체보다 '어떻게 버티는가'를 다루는 작품입니다.화성에 혼자 남겨진다면 — 이 영화의 배경영화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화성 탐사 임무 중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난 팀이 급히 철수하면서, 식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인 마크 와트니를 현장에 남겨두고 떠납니다. 팀은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했고, 와트니는 지구의 도움도, 충분한 식량도 없이 1년 넘게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
아이와 함께 보려고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더 오래 멍하니 있었던 건 저였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은 단순한 하늘 모험 이야기가 아닙니다. 70대 노인이 주인공이고, 사랑과 상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용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아이는 말하는 강아지에 웃고, 저는 칼과 엘리의 결혼 몽타주에 눈물을 참았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면서 이렇게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영화가 명작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칸 영화제 개막작,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 애니메이션이 넘은 벽제가 처음 '업'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냥 픽사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 영화의 이력을 찾아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업'은 2009년 칸 국제 영화제(Festival de Cannes) 개막작..
천재는 타고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자란 벤 카슨은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꼴찌였습니다. 그런 그가 존스 홉킨스 대학교 역사상 최연소 소아 신경외과 과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재능보다 훨씬 강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본 뒤, 저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끈기 — 꼴찌 소년이 최연소 과장이 된 진짜 이유성취동기이론(Achievement Motivation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성취동기란, 어떤 외부 보상 없이도 스스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내면의 힘을 뜻합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클리랜드가 ..
45살 아버지가 10살 아들 손 잡고 다시 본 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릴 때 마냥 웃으며 봤던 영화가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줄은 몰랐거든요. 케빈이 강도를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아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저는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간 부모의 심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면서 전혀 다른 영화를 본 셈이었습니다. 어릴때는 이런 생각까지는 안했는데 말이죠..연출과 연기: 30년이 지나도 유효한 이유1990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은 존 휴즈가 썼습니다. 여기서 각본(screenplay)이란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장면 구성, 대사, 감정선까지 설계한 영화의 설계도를 의미합니다. 이 설계도가 탄탄했기 때문에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비행기를 탄다"는 황당한 설정이 영..
슈퍼 마리오 갤럭시 극장판은 전작 대비 더 넓은 우주 스케일을 배경으로 쿠파 주니어, 로잘리나, 피치 공주 등 닌텐도의 주요 캐릭터를 한 화면에 쏟아냅니다. 저는 10살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어떻든 간에, 아이가 두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스토리 — 산만하다는 의견,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시나리오가 "일들이 그냥 벌어지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쿠파 주니어의 은하계 침략, 로잘리나 납치, 피치 공주와 키노피오의 구출 작전, 마리오와 루이지의 버섯 왕국 수비까지 여러 서브플롯(subplot, 메인 줄거리와 별개로 진행되는 보조 이야기)이 동시에 전개됩니다. 여기서 서브플롯이란 주인공 외 캐릭터들이 독립적으로 겪는 이야..
주말 저녁, 10살 아들이 "아빠, 우리 영화 보자"고 졸라댈 때 무엇을 틀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는 신나는 것을 원하고, 저는 두 시간 동안 지루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골라 틀었던 영화가 바로 였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와 제가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장면에서 웃고 있었거든요.아빠와 아들, 같은 화면 다른 감동솔직히 보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가 워낙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포의 출생 비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2편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한 편의 성장 드라마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3편 예고편을 보니 분위기가 확연히 밝아진 느낌이었고, '이건 너무 어린이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영화가 시작..
아들이 책을 멀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딱히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시절, 저는 그냥 같이 영화 한 편 틀었습니다. 엄마의 권유도 있었습니다. 어릴적 인상깊게 본 영화라고 합니다. 1996년작 였습니다. 아들은 옛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고, 영화가 끝난 뒤 며칠간은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조금은 읽더군요. 오래가진 않았지만, 그 짧은 변화만으로도 이 영화가 뭔가를 건드렸다는 건 분명했습니다.책 읽기 — 마틸다가 혼자 도서관에 간 이유영화 초반, 마틸다 웜우드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집에서 혼자 책을 찾아 마을 도서관까지 걸어갑니다. 사기꾼 중고차 판매상인 아버지, 외모에만 집착하는 어머니, 무신경한 오빠. 그 집에서 마틸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나선 거..
어릴 적 제게는 빨간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시동을 켜면 헤드라이트가 눈을 뜨듯 켜지던, 일명 '키트'라 불리던 그 장난감입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감촉이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볼 때마다 그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이 시리즈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이스토리 5는 1편의 리부트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제시의 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기술과 인간성의 공존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제 아들이 우디 인형을 안고 잠드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가 지금 세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새겨질지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리부트 구조와 제시 서사 — 1편을 알면 5편이 보인다일반적으로 속편은 전작의 감동을 희석시킨다고들 하지만, 제가 토이스토리 5를 보고 난 첫..
주말 저녁,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녀석이 뭔가 볼 게 없냐고 옆에서 기웃거리는 상황,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날 그랬습니다. 태권도에 유도까지 즐겨 하는 아들에게 의미 없는 격투 영상보다 메시지가 있는 영화 한 편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고른 게 바로 2011년 개봉작 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이상하게 눈물이 나는 영화였는데, 그 이유를 찾다 보니 이 영화가 단순한 로봇 액션물이 아니라는 알게 됐습니다.부자유대감 — 이 영화의 진짜 중심축로봇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를 틀었다가, 어느 순간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영화는 전직 복서 출신의 찰리 켄튼(휴 잭맨)이 빚더미에 앉아 로봇 복싱판을 전전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에게 갑자기 11살 ..
2019년 개봉한 디즈니 실사판 알라딘은 국내에서만 1,2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제작비 1억 8,300만 달러짜리 이 영화를 저는 아내와 4D로 첫 관람했는데, 오프닝 양탄자 씬에서 진짜로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영화는 4D 관람 이지! — 양탄자가 진짜로 날았습니다오래전 이야기입니다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4DX(포디엑스) 체험이 바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4DX란 좌석이 움직이고 바람·물·향기 등의 물리적 자극을 더해 영상 속 상황을 신체로 직접 느끼게 하는 상영 방식입니다. 오프닝에서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화면이 열리는 순간, 좌석이 기울고 바람이 불면서 제가 직접 탑승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진동 의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