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애니메이션 은 2020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저는 주말 저녁 초등학생 아들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아이보다 아빠가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꿈을 이룬 주인공이 "그다음엔 뭐죠?"라고 묻는 장면에서, 제 삶이 고스란히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행복의 조건 — 꿈을 이뤄도 공허한 이유심리학에는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쾌락 적응이란, 인간이 어떤 긍정적 변화에도 빠르게 익숙해져서 행복 수준이 결국 원래대로 돌아오는 심리 기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간절히 원하던 것을 손에 넣어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영화 속 조 가드너는 평생 꿈꿔온 재즈 클럽 무대..
저는 영화 를 보기 전까지 이게 아이들을 위한 '착하게 살자' 메시지 영화일 거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들과 나란히 앉아 두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제가 먼저 말문이 막혔습니다. 어기(Auggie)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츠보스키 감독이 RJ 팔라시오의 원작 소설을 어떻게 스크린에 옮겼는지, 그리고 아버지로서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다중시점 구조가 이 영화를 단순 감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이유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영화의 뼈대, 즉 내러티브 구조였습니다. 츠보스키 감독은 이야기를 여러 '챕터'로 나눠 오기(Auggie), 잭(Jack), 올리비아(Via), 미란다(Miranda)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 보여줍니다. 여..
저는 이 영화를 틀기 전까지 아들에게 뭘 보여줘야 할지 몰랐습니다. 항상 고민합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본 건전한 우주 액션물이라 생각이 나서 함께 보기로 했습니다만, 막상 함께 보고 나니 제가 그동안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의 이야기, 영화 〈마션〉은 생존 그 자체보다 '어떻게 버티는가'를 다루는 작품입니다.화성에 혼자 남겨진다면 — 이 영화의 배경영화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화성 탐사 임무 중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난 팀이 급히 철수하면서, 식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인 마크 와트니를 현장에 남겨두고 떠납니다. 팀은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했고, 와트니는 지구의 도움도, 충분한 식량도 없이 1년 넘게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
45살 아버지가 10살 아들 손 잡고 다시 본 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릴 때 마냥 웃으며 봤던 영화가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줄은 몰랐거든요. 케빈이 강도를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 아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저는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간 부모의 심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같은 화면을 보면서 전혀 다른 영화를 본 셈이었습니다. 어릴때는 이런 생각까지는 안했는데 말이죠..연출과 연기: 30년이 지나도 유효한 이유1990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은 존 휴즈가 썼습니다. 여기서 각본(screenplay)이란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장면 구성, 대사, 감정선까지 설계한 영화의 설계도를 의미합니다. 이 설계도가 탄탄했기 때문에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비행기를 탄다"는 황당한 설정이 영..
슈퍼 마리오 갤럭시 극장판은 전작 대비 더 넓은 우주 스케일을 배경으로 쿠파 주니어, 로잘리나, 피치 공주 등 닌텐도의 주요 캐릭터를 한 화면에 쏟아냅니다. 저는 10살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어떻든 간에, 아이가 두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스토리 — 산만하다는 의견,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시나리오가 "일들이 그냥 벌어지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쿠파 주니어의 은하계 침략, 로잘리나 납치, 피치 공주와 키노피오의 구출 작전, 마리오와 루이지의 버섯 왕국 수비까지 여러 서브플롯(subplot, 메인 줄거리와 별개로 진행되는 보조 이야기)이 동시에 전개됩니다. 여기서 서브플롯이란 주인공 외 캐릭터들이 독립적으로 겪는 이야..
아들이 책을 멀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딱히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시절, 저는 그냥 같이 영화 한 편 틀었습니다. 엄마의 권유도 있었습니다. 어릴적 인상깊게 본 영화라고 합니다. 1996년작 였습니다. 아들은 옛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고, 영화가 끝난 뒤 며칠간은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조금은 읽더군요. 오래가진 않았지만, 그 짧은 변화만으로도 이 영화가 뭔가를 건드렸다는 건 분명했습니다.책 읽기 — 마틸다가 혼자 도서관에 간 이유영화 초반, 마틸다 웜우드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집에서 혼자 책을 찾아 마을 도서관까지 걸어갑니다. 사기꾼 중고차 판매상인 아버지, 외모에만 집착하는 어머니, 무신경한 오빠. 그 집에서 마틸다가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나선 거..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저는 이 영화를 보다가 뜨끔한 장면을 마주쳤습니다. 화면 속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노(No)"를 외치는 장면인데, 많이 보았던 모습이었거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Yes Day, 2021)는 부모가 24시간 동안 아이들의 요구에 무조건 "예스"라고 말해야 하는 '예스 데이'라는 독특한 날을 지정하여 코미디로 풀어낸 가족 영화입니다. 가볍게 웃자고 켰다가, 육아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가족 코미디 속에 담긴 육아 공감제가 직접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봤는데, 영화 초반부터 제 심장이 조금 쿵 내려앉았습니다. 주인공 앨리슨(제니퍼 가너 분)이 아이들에게 줄줄이 "안 돼"를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들이 슬쩍 저와 엄마를 쳐다보는 겁니다. 그 눈빛이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70세 노인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들어간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날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벤 휘태커라는 인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지금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있는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어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벤 휘태커가 보여준 사회성의 정체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조직에 들어가면 '꼰대'가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난 생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벤은 자신이 70세라는 사실을 방패로 쓰지 않습니다. 대우를 요구하거나, 경험을 무기로 꺼내 압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조용히 존재감을 만들어 갑니..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20분 만에 졸려서 잠을 잘 뻔 했습니다. 2006년 작이라 화면도 낡아 보이고, 초반 전개 속도가 느려서 집중이 잘 안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실제 부자가 아버지와 아들로 함께 출연한 는 투지, 상징주의, 윌 스미스의 연기력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영화입니다.투지 —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을까주인공 크리스토퍼 가드너는 휴대용 골밀도 측정기 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아내는 떠나고, 집에서 쫓겨나고, 아들과 함께 노숙자 쉼터를 전전합니다. 여기서 영화가 다루는 핵심 개념이 리질리언스(회복 탄력성)입니다. 극한의 역경 속에서도 심리적으로 다시 튀어 오르는 힘을 뜻하며,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반복된 실..